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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타격은 어쩔티비(feat.김태균)] 타자는 공을 보고 치지 않는다

일간스포츠가 2023년 신년 시리즈로 '타격은 어쩔티비(feat.김태균)'를 연재합니다. 한국 야구 역사상 최고의 타자 중 하나로 꼽히는 김태균 해설위원이 연구한 야구, 특히 타격에 대한 이론·시각을 공유합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타격의 재미, 나아가 야구의 깊이를 독자들이 함께하길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흔히들 ‘공 보고 공 치기’라는 말을 많이 한다. 타석에 서면 복잡한 생각을 멈추고, 눈에 보이는 공을 방망이에 맞히는 것에만 집중하라는 의미다. 얼마나 간명한 표현인가. 나도 ‘공 보고 공 치기’를 하고 싶었다. 그게 가능하다면 타격은 별로 어렵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는 가능할지 몰라도, 적어도 나는 아니었다.투수가 던지는 공은 타자에게 점(點)으로 보인다. 잠시 후 또 다른 점으로 보인다. 이게 몇 번 반복되면 공은 어느새 포수 미트 안으로 들어가 있다. 투구가 선(線)으로 보인다면, 스윙 궤적과 만나게 하기 수월할 거다. 그게 아니어서 타격이 어려운 거다. 그러니까, 타자는 공을 보고 치지 않는다. 무슨 궤변이냐고 할지 모르겠다. 공이 투수의 손을 떠난 이후에는 타자가 시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매우 제한적이다. 점(공)을 보고 투구 궤적을 예측해야 한다. 타이밍을 잡고, 스윙을 시작하고, 수정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은 0.4초 안에 이뤄진다. 그러니 공을 보고 칠 수 없다는 거다. 타격하기 전에 자신의 스윙을 갖춰야 하고, 공이 보이면 본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건 확고한 자기 타격이 있어야 가능하다. 타격을 완성하는 건 치열한 연구와 훈련의 결과다. 스윙은 빠르고 짧아야 한다내가 일본 프로야구(NPB) 지바 롯데 마린스에서 뛰었던 2010년 6월 ‘아베 신노스케(요미우리 자이언츠)가 김태균의 타격폼을 본보기로 삼았다’는 내용의 기사가 났다. 아베는 “김태균의 방망이가 부드럽게, 이상적으로 나왔다. 그를 보고 나도 몸 앞에 둔 배트를 (왼손 타자의) 왼 어깨에 짊어지는 자세로 바꿨다”고 했다.일본 타자들은 대개 방망이를 얼굴 가까이에 둔다. 투수가 공을 던지면 배트를 뒤로 뺐다가(테이크백 또는 백스윙) 다시 앞으로 나가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아베도 그런 폼을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다.그들 눈에는 내 론치 포지션이 특이하게 보였나 보다. 백스윙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파워 포지션(백스윙이 끝난 상태. 오른손 타자의 경우 오른 어깨 근처에 형성된다)에 양손을 미리 갖다 놓고선 바로 스윙을 시작했다.물론 배트가 뒤로 갔다가(힘을 모았다가) 앞으로 다시 나온다고 해서 스윙이 지체되는 건 아니다. 투수의 동작에 따라 타자도 리듬을 탄다. 투수가 공을 던지는 순간, 타자도 힘을 최대한 쓸 수 있는 자세(파워 포지션)를 만든다. 백스윙할 때 양손과 어깨에 불필요한 힘이 들어간다고 나는 느꼈다. 그래서 스윙이 무뎌진다고 판단해 테이크백을 하지 않은 것이다. 총에 비유하면 미리 장전한 채 격발했다. 군동작을 없애 파워 포지션에서 임팩트까지의 거리를 단축했다. 그리고 힙턴으로 만든 회전력을 타구에 실으려고 노력했다. 힘이 넘치던 서른 살 전후에 알맞은 폼이었다.물론 이건 나의 방법일 뿐 정답은 아니다. 다만 타자가 이런 선택지도 갖고 있으면 좋다. 선수는 누구나 슬럼프에 빠진다. 컨디션과 체력이 매일 달라진다. 그럴 때 폼을 조금씩 수정하며 '단기 처방'을 해야 한다.난 선수 시절 레그킥(leg kick, 앞다리를 들었다가 내디디며 추진력을 얻는 타법)을 거의 하지 않았고, 토탭(toe-tap, 앞발을 지면에 가볍게 튕기면서 하는 스윙)을 활용했다. 하체 쓰는 방법이 고정된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폼을 조금씩 바꿨다. 한 가지 폼으로 한 시즌을 버틸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 투수들은 빠르고 정확한 공을 던졌다. 특히 내 약점인 하이 패스트볼을 잘 구사했다. 그런데도 내가 NPB에서 버텼던 건 빠르고 간결한 스윙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아베는 스윙을 시작하기 전, 준비 자세만 보고 내 타격을 파악했다. 그러니까 스윙을 하기도 전에 승부는 어느 정도 결정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투수 손을 떠난 공의 솔기가 타자에게 보일 때가 있다. 그걸 보고 공의 회전(구종)을 예측하고, 대응하는 게 타자의 몫이다. 훈련한 대로 몸이 움직일 뿐이다. 타격은 ‘0.4초의 예술’이다. 또 ‘0.4초의 과학’이다. 이 어려운 일을 해내려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자신의 스윙을 완성해야 한다. 그래야 전성기가 길어진다. 나이 먹는다고 스윙이 크게 변하는 건 아니다. 다만 순발력이 떨어져서 예전처럼 치지 못하는 거다. 타이밍이 늦었다고 한 박자 빨리 스윙하면 변화구에 속기 쉽다. 스트레스는 타자의 친구다타자의 스윙은 금세 끝난다. 그렇다고 야구가 짧은 건 아니다. 한 경기 플레이 타임이 평균 3시간을 넘는다. 거의 매일, 6개월 이상 시즌을 치른다.대신 인플레이 시간은 길지 않다. 야구 경기에서 양 팀 선수들이 던지고, 때리고, 달리는 시간을 다 더해도 30분 정도일 거다. 이런 야구의 특성을 선수는 잘 이해해야 한다. 야구 경기의 대부분은 ‘생각하는 시간’, ‘준비하는 시간’이다. 이 시간을 잘 보내야 한다. 특히 성공률(타율) 3할이 목표인 타자는 7할의 실패를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나는 꽤 예민한 성격이다. 팬들에게 늘 응원만 받은 것도 아니었다. 어린 시절 야구가 잘 안 되면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 그럴 때 코치님이나 선배님들이 “너 요새 왜 그래? 슬럼프야?”라고 물으면 심리적으로 더 흔들렸다.아무리 좋은 타자라도 10타수 무안타 정도를 기록하는 건 1년에 몇 번씩 겪는 일이다. 슬럼프라면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안다. 주위에서 슬럼프라는 말을 꺼내면 선수의 고민을 더해줄 뿐이다. 슬럼프에 빠졌다는 기사라도 나오면 무안타 기록이 더 늘어날 수 있다. 모른 척하는 게 도와주는 거다.타격은 기본적으로 ‘7할의 실패’를 전제하는 기술이다. 게다가 사이클이 있다. 몇 타석에서 안타를 치지 못했다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한 시즌을 견디기 정말 어렵다. ‘내가 못 쳤다’가 아니라 ‘투수가 잘 던졌다’라면서 넘어갈 줄도 알아야 한다. 스트레스는 프로 선수의 친구다. 그냥 같이 가는 거다.여러 경험이 쌓이면서 난 스트레스와 공생하는 법을 알게 됐다. 타자가 볼로 판단한 공이 스트라이크를 판정을 받으면 예민하게 반응하기 마련이다. 내 타격이 어느 정도 완성된 후에는 심판 판정으로부터 꽤 자유로워졌다. 볼일 수도, 스트라이크일 수도 있는 공은 어차피 내가 노리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 공을 못 쳐도, 다음 공을 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 패기는 역시 반복 훈련을 통해 만들어졌다.자, 이제 타석에 들어선다. 피로와 부상이 없는 몸으로 걸어간다. 타자의 스윙은 어느 공에도 대처할 수 있도록 단련돼 있다. 이 타석에서 못 치면? 다음에 잘 치면 된다는 배짱도 가졌다. 그걸로 이미 3할은 이긴 것이다.KBS 해설위원, 정리=김식 기자 2023.02.17 07:30
프로야구

[IS 인터뷰]'다리 찍고' 주전 된 이창진 "김태균 선배님 타격 영상 덕분"

KIA 타이거즈 외야수 이창진(31)은 7월 KBO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였다. 그는 지난달 출전한 16경기에서 타율 0.476(63타수 30안타) 장타율 0.556 출루율 0.492를 기록했다. 이 기간 리그 타율은 1위, 안타 2위였다. 7월 넷째 주 나선 6경기에선 모두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주간 타율(0.483) 3위, 안타(14개) 1위에 올랐다. 조아제약과 일간스포츠는 맹타를 휘두르며 KIA의 공격을 이끈 이창진을 7월 넷째 주 주간 MVP(최우수선수)로 선정했다. 2019년 4월 둘째 주에 이어 두 번째로 이 상을 받은 그는 "팀 타선이 워낙 좋아서 큰 도움을 받았다. 동료들과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창진은 2019시즌 혜성처럼 등장, KIA 주전 중견수를 꿰찬 선수다. KIA팬은 발군의 타격 능력을 보여주며 신인왕 후보까지 오른 그에게 '빛창진'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그러나 이후 2년 동안 이창진은 빛나지 않았다. 2020시즌은 허리와 햄스트링 부상으로 22경기밖에 나서지 못했다. 2021시즌은 105경기에 출전했지만, 타율이 0.209에 그쳤다. 올해는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KIA 구단은 외국인 외야수 소크라테스 브리토와 계약했고, 타격 능력이 좋은 고종욱도 영입했다. 팀 차원에서 '거포 유망주' 김석환을 주전으로 키우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벤치 멤버에 머물던 이창진은 타격 능력을 앞세워 출전 기회를 늘려갔다. 터닝포인트는 교체 출전한 5월 13일 LG 트윈스전이었다. 그는 이 경기부터 종전까지 고수하던 레그킥(Leg Kick) 타법을 대신 왼발(우타자 기준) 뒤꿈치를 들고 엄지발가락 부위를 지면에 살짝 찍은 뒤 튕기면서 타격하는 토탭(Toe Tap)으로 변화를 줬다. 이창진은 "원래 스프링캠프부터 토탭 타격을 준비를 했지만, 1군에 뒤늦게 합류한 탓에 처음에는 종전 방식(레그킥)을 고수했다. 그러나 상체와 하체가 따로 노는 느낌이 이어졌고, 콘택트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더라. (메이저리거)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처럼 왼쪽 다리를 (지면에) 찍어놓고 쳐보는 방식을 다시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토탭 타법은 배팅의 정확도는 향상되지만, 힘을 싣는 데는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장타력 향상까지 노린 이창진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연구했고,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타격 기계'였던 김태균(은퇴)의 타격 영상을 교본으로 삼았다. 이창진은 "아무래도 장타력과 콘택트 능력이 모두 좋은 김태균 선배님의 영상을 보는 게 가장 적합할 것 같았다. 오른쪽 다리에 힘을 최대한 끌어내면서도, 어떻게 리듬을 타고, 타격 타이밍을 잡는지 참고했다. 이후 나만의 방식을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창진은 현재 자신의 타격감에 만족한다. 그러나 자만하지 않는다. 그는 "나는 두 번이나 트레이드를 경험했다. 실패도 많이 했다. 작은 일에 심적으로 요동치지 않게 됐다"라면서 "KIA 주전 좌익수 경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외부 평가를 보면서 "인정받으려면 더 노력해야 한다'라는 생각이 들더라. 개인 기록보다 현재 주로 나서는 타순(2번)에서 출루 임무를 더 잘할 수 있도록 그저 매 타석 집중할 것"이라는 각오를 전했다. 안희수 기자 2022.08.08 17:50
메이저리그

[IS 인터뷰]마이너리그 '적응 완료' 배지환 "매일 MLB에 가까워지고 있어요"

또 한 명의 '코리안 빅리거'가 탄생할까. 피츠버그 파이리츠 산하 트리플A 인디애나 폴리스에서 뛰고 있는 배지환(23)은 올 시즌 준수한 성적을 거두며 메이저리그(MLB) 승격을 기대하고 있다. 그는 시즌 타율 0.319 7홈런 18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879를 기록 중이다. 미국에 갈 때만 해도 배지환의 장타력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유망주의 재능을 최고 80점·최저 20점(평균 50점)으로 평가하는 '20-80 스케일'에서 배지환은 콘택트 55점과 주루 70점을 받았다. 그러나 파워는 30점(MLB닷컴 기준)에 불과했다. 배지환은 올 시즌 장타력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85경기에서 2루타 12개·3루타 5개·홈런 8개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65경기 만에 2루타 15개·3루타 4개·홈런 7개를 때려냈다. 5월에는 타율 0.322 출루율 0.427 장타율 0.556으로 전 경기 출루를 달성했다. 수비에서도 주 포지션인 2루수와 함께 좌익수와 중견수를 고루 맡으며 눈도장을 받고 있다. 배지환은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올해는 멘털이 성숙해진 것 같다. 7번을 실패해도(타율 3할을 기록해도) 좋은 타자라는 걸 머리로만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몸으로 느끼고 이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타격 비결을 묻자 그는 "게스히팅(특정한 구종·코스를 노려 치는 타법)을 하지 않는다. 공을 파악하는 눈과 배트를 쥔 손을 믿고 날아오는 공을 치려고 한다"며 "상대 투수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하는 편이다. 다양한 구종을 던지거나 독특한 투구폼을 가진 투수를 상대할 때는 레그킥을 하지 않고 (이동발을) 살짝 끌면서 타격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도 장타를 칠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발이 빠르다는 이유로 '콘택트 위주의 타격을 하라'고 배웠다. 미국에 와서 장타를 의식한 건 아니지만, 내가 하고 싶은 스윙을 하게 된 것이 주효했다. 자신 있는 공이 날아온다면 2스트라이크에서도 장타를 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홈런을 많이 치면서 삼진을 당하지 않는 타자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어느덧 마이너리그 5년 차다. 배지환은 "수준 높은 유망주가 정말 많다. 함께 경쟁하면서 서로에게 좋은 자극이 된다"며 "최근 MLB로 콜업된 오닐 크루즈와 서로 의지하며 함께 성장했다. 키스톤 콤비로 호흡을 맞춘 시간이 많았다. 하루빨리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친구들과 함께 활약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남은 시즌 목표를 묻자 배지환은 "다른 목표는 없다. 콜업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눈앞에 다가온 이 기회를 절대 놓치고 싶지 않다"고 다짐했다. 빅리그 승격 기회가 눈앞까지 찾아왔다. 그러나 배지환은 조급해하지 않고 있다. 그는 "내가 콜업을 결정하는 게 아니다. 성적과 무관한 요인도 존재한다. 나는 올해까지 자동 보호 선수고, 아직 40인 로스터에 들어갈 연차가 아니다"라며 "잘해도 못 올라가는 건 물론 아쉽지만, 한편으로 마음이 편하기도 하다"고 했다. 그는 "미구엘 페레즈 감독님께서 ‘너는 매일 MLB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씀하신다. 코치님들도 ‘너는 한 번 올라가면 쭉 MLB에 있을 선수다. 콜업 시기에 대해 걱정하지 마라’고 하셨다. 그 말이 마음에 와 닿았고 큰 힘이 됐다"고 전했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2.06.28 07:01
야구

팔방미인이 된 정훈, 서른 다섯에 커리어하이 보인다

남들은 전성기를 지났다고 말하는 30대 중반, 롯데 정훈은 커리어하이 시즌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정훈은 7일까지 시즌 타율 0.316, 11홈런, 57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홈런은 지난해 작성한 개인 한 시즌 최다 기록과 벌써 타이를 이뤘다. 남은 경기에서 홈런 1개만 더 추가하면 커리어하이를 경신한다. 또 타점을 6개 더 보태면 2015년 작성한 한 시즌 최다 62타점을 돌파하게 된다. 현재 페이스를 이어간다면 데뷔 후 최고 타율도 기록할 수 있다. 그는 지금까지 데뷔 후 딱 한 차례 규정타석 3할(2015년 0.300)을 달성했다. 장타율(0.427, 2020년)과 출루율(0.386, 2014년) 역시 커리어하이를 충분히 넘볼 수 있는 상황이다. 올 시즌엔 이보다 훨씬 높은 장타율 0.477, 출루율 0.401를 기록 중이다. 정훈은 우리 나이로 올해 서른다섯이다. 2006년 현대 육성 선수로 입단해 2010년 롯데에서 1군 무대에 데뷔했다. 200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된 양의지·원종현(NC) 황재균(KT) 차우찬(LG) 최주환(SSG) 민병헌(롯데) 김성현(SSG) 등이 리그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나머지 선수들은 은퇴했거나, 백업에 머물고 있다. 정훈의 올 시즌 기록이 아주 특별하다고 볼 순 없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어려웠던 시기를 극복하고 30대 중반에 팀에 없어서는 안 될 팔방미인으로 거듭났기에 더욱 의미 있다. 정훈은 육성 선수 신분으로 2007년 방출된 뒤 육군 9사단에서 박격포병으로 복무했다. 전역 후엔 다른 직업을 알아보다가 고교 시절 은사의 권유로 모교 창원 양덕초등학교에서 야구 코치를 맡고 있던 중에 롯데의 육성 선수 테스트에 통과했다. 전혀 예상치도 않게 다시 기회를 얻은 정훈은 2010년 프로 데뷔했고, 2013년 주전으로 도약했다. 하지만 2016년 타율이 0.262로 떨어졌고, 수비(실책 11개)도 많았다. 결국 외국인 선수에게 2루수 자리를 뺏겨 백업으로 물러났다. 정훈은 다시 이를 악물었다. 현실적인 고민 끝에 주포지션 2루수뿐만 아니라 1루수·외야수 수비를 준비했다. 글러브를 3개씩 챙겨 들고 다녔다. 그는 "현실적으로 팀이 내게 원하는 게 무엇일지 고민했다. 여러 포지션을 돌아다니는 게 살아남는 방법이라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절박함 속에 레그킥(다리를 높이 들었다가 내디디며 체중을 이동하는 타법) 자세를 완성, 온 힘을 실어 타격하는 그만의 폼이 완성됐다. 요즘은 팀에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한다. 1루수로 534이닝, 외야수로 123⅓이닝을 수비했다. 이대호를 제치고 팀 내 가장 많은 4번 타자(156타석)로 나섰다. 1번(64타석) 5번(162타석) 등 사령탑이 바뀌어도, 무슨 역할을 맡겨도 잘해낸다. 정훈은 팀 내 타율 1위, 타점 2위, 홈런 공동 2위에 올라있다. 지난 3일 한화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선 결승타를 포함해 2타수 2안타 2볼넷 2타점을 기록했다. 여기에 호수비까지 선보이며 팀 상승세를 이끌었다. 그는 "처음 주전으로 뛰었을 때보다 지금이 더 절박하다"고 말한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정훈의 야구는 30대 중반에 다시 꽃을 피우고 있다. 이형석 기자 2021.09.08 14:51
야구

롯데 새 중심타자 정훈 “이젠 주전으로 가을야구”

롯데 자이언츠 정훈(34·사진)은 몇 번이나 좌절했다. 프로 데뷔 후 1년 만에 방출되는가 하면, 3할 타자에서 한순간에 백업 내야수로 밀려났다. 일정한 포지션이 없어 가방에 글러브를 3개씩 넣고 다녔다. 그렇지만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섰다. 그는 “절박하다”고 말했다. 정훈은 올 시즌 롯데의 최고 타자다. 7일까지 타율(0.337), 홈런(9개), 타점(48개), 장타율(0.495) 등에서 팀 내 1위에 올라있다. 최근 4번 타자로 자주 나서자 동료들은 “라인업이 잘못된 거 아니냐”, “기념으로 전광판 사진 찍어놓으라”고 놀리기도 한다. 국가대표 4번 타자 출신 이대호(39)가 오랫동안 차지한 자리에 그의 이름이 어느덧 어울린다. 정훈이 4번 타자로 나섰을 때 타율은 0.400(타점 23개)에 이른다. 여기까지 오는 길은 험난했다. 2006년 육성 선수(연습생)로 현대에 입단한 정훈은 이듬해 방출됐다. 고향(마산)에 머물다가 “군대나 다녀오라”는 친구의 말에 입대를 신청했다. 육군 9사단에서 박격포병으로 복무했다. 전역 후엔 다른 직업을 알아보다 고교 시절 은사의 권유로 창원 양덕초등학교에서 야구 코치를 맡았다. 그러다가 롯데의 육성 선수 테스트를 통과했다. 정훈은 “미친 듯이 야구를 했다”고 회상했다. 2010년 프로 데뷔한 그는 2013년 주전으로 도약했다. 2014년 타율 0.294, 2015년에는 0.300을 기록했다. 그러나 2016년 그의 타율은 0.262로 떨어졌다. 그러자 롯데는 정훈의 수비가 약하다는 점을 고려해 외국인 2루수(앤디 번즈)를 영입했다. 백업 선수로 밀려난 그는 “젊은 시절 누구보다 열심히 경기를 뛰었다. 하지만 휴식이나 경기 준비 등에 대해 너무 소홀했다. 그저 열심히 하면 된다고 여겼다”고 돌아봤다. 정훈은 이때부터 2루수뿐만 아니라 1루수·외야수 수비를 준비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팀이 내게 원하는 게 무엇일지 고민했다. 여러 포지션을 돌아다니는 게 살아남는 방법이라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정훈은 올 시즌 1루수로 374과 3분의 2이닝, 외야수로 123과 3분의 1이닝을 수비했다. 한때 3개 포지션의 글러브를 갖고 다녔으나 요즘은 2루수를 볼 가능성이 작아서 1루수와 외야수 글러브만 챙긴다고 한다. 백업으로 밀려났을 때 정훈은 레그킥(다리를 높이 들었다가 내디디며 체중을 이동하는 타법) 자세를 완성했다. 이 과정에서 가끔 몸의 중심을 잃어 넘어지기도 한다. 그만큼 온 힘을 싣는 그만의 폼이 완성됐다. 정훈은 “타석에 설 기회가 적었을 때 (코치진에) 임팩트를 주려면 장타가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온몸을 쓰는 정훈은 2021년 최고의 전성기를 달리고 있다. 그는 “처음 주전으로 뛰었을 때보다 지금이 더 절박하다. 세 살 아들이 아빠가 야구 선수라는 걸 아는 나이가 될 때까지 뛰는 게 작은 꿈”이라고 했다. 정훈의 가장 큰 목표는 가을 야구다. 그는 “팀이 오랫 동안 플레이오프(PO)에 진출하지 못 했다. 내가 (주전으로) 경기에 나갈 수 있을 때 다시 한번 PO에 올라가고 싶다”라고 했다. 그는 개인 통산 포스트시즌 8경기(8타석 6타수 무안타)에 나섰지만, 모두 교체 출장이었다. 정훈은 “가을 잔치를 제대로 경험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부산=이형석 기자 lee.hyeongseok@joongang.co.kr 2021.07.08 08:34
야구

[배중현의 야구 톺아보기] 삼성 이성규, 레그킥을 버렸다…타이밍이 생겼다

삼성 이성규(28)가 결단을 내렸다. 익숙했던 '레그킥(Leg-kick)'을 버렸다. 2016년 데뷔한 이성규의 장점은 폭발적인 힘이다. 경찰야구단에서 뛴 2018년 퓨처스리그 홈런왕과 공동 타점왕을 차지했다. 71경기에 출전해 홈런 31개를 터트렸다. 그해 4월 11일 벽제 KIA전에선 4연타석 홈런이라는 진기록까지 세웠다. 체격(키 178㎝·몸무게 82㎏)이 크지 않지만, 장타력을 뽐낼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가 레그킥이었다. 레그킥은 축이 되는 발의 반대쪽 발(이동발)을 들었다가 내디디며 타격하는 방법이다. 이성규 같은 오른손 타자는 왼 다리가 올라간다. 레그킥을 하면 몸의 무게 중심이 뒤로 갔다가 앞으로 나오기 때문에 힘이 온전히 실린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저스틴 터너(LA 다저스)는 레그킥을 장착하고 야구 인생이 180도 바뀌었다. 레그킥 타법은 체구가 작은 일본 선수들이 주로 사용한다. KBO리그에선 김선빈(KIA), 강백호(KT)가 대표적인 레그킥 타자들이다. 강백호는 "(레그킥의 반대인) 토 탭을 해본 적이 없다. 레그킥을 하게 되면 가진 힘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성규는 지난해 데뷔 후 처음으로 1군에서 두 자릿수 홈런(10개)을 때려냈다. 김동엽(20개), 강민호(19개) 등에 이어 팀 내 홈런 6위였다. 그가 소화한 타석이 245타석에 불과했다. 400타석을 넘긴 다른 타자들과 비교하면 순도가 높았다. 규정타석(446타석)을 소화할 경우 산술적인 기대 홈런은 20개에 근접했다. 그만큼 레그킥으로 인한 장타 효과가 확실했다. 공교롭게도 이번 겨울 이성규는 레그킥을 버렸다. 레그킥은 빠른 공에 취약하다는 게 중론이다. 타격할 때 하체의 움직임이 커지면 정확도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성규는 지난 시즌 타율이 0.181(216타수 39안타)에 불과했다. 한 시즌 개인 최다 홈런을 때려냈지만, 마냥 웃을 수 없었던 이유다. 김용달 삼성 1군 타격코치는 "지난 마무리캠프부터 이성규는 레그킥을 이용하지 않고 타격 훈련을 하고 있다. 파워(장타)를 올리는 것보다 공을 정확하게 치는 게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점을 강화하는 것보다 약점을 보완하는 쪽으로 포커스를 맞췄다. 이성규는 "레그킥을 했을 때 타격 타이밍을 맞추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다리를 높게 들지 않으면서 나만의 타이밍을 잡는 게 수월해졌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연습경기에서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일 열린 롯데전에서 짜릿한 손맛을 봤다. 이어 9일 열린 NC전에서도 큼지막한 홈런을 쏘아 올렸다. 연습경기 첫 2경기 성적이 타율 0.500(4타수 2안타), 2홈런, 2타점. 타격 정확도를 살리면서 장타력까지 유지 중이다. 이성규는 "힘이 실리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타이밍이 맞으니 타구에 힘도 실린다"고 말했다. SSG 간판타자 최정은 KBO리그 홈런이 368개로 현역 1위이다. 통산 타율도 0.289로 준수하다. 최정은 "야구를 시작했을 때부터 레그 킥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레그킥을 안 해도 정확도는 물론이고 장타까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레그킥을 포기한 이성규에게 시사하는 게 크다. 김용달 코치는 "레그킥 이외에도 스윙 후 필요 이상으로 큰 폴로 스윙을 간결하게 만들면서 불필요한 동작을 없애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규는 연습경기와 시범경기를 통해 달라진 타격 자세를 꾸준히 점검할 계획이다. 이성규의 과감한 변신은 통할 수 있을까. 장타력을 유지한 채 정확도를 끌어올린다면 말 그대로 금상첨화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21.03.11 07:00
야구

추신수·테임즈 시범경기 첫 홈런…최지만 무안타

올 시즌을 앞두고 레그킥을 시도하고 있는 추신수(36·텍사스)가 시범경기 첫 홈런포를 쏘아올리며 점차 변화에 적응하고 있다. 추신수는 4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콧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샌프란시스코전에 2번타자·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1홈런) 2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추신수는 1회초 조니 쿠에토의 2구를 밀어쳐 왼쪽 담장을 넘기는 선제 2점 홈런을 기록했다. 3회초 두 번째 타석에선 좌완 데릭 홀랜드를 상대로 내야 안타를 만들어 시범경기 첫 멀티히트를 때려냈다. 4회 2루수 땅볼로 물러난 추신수는 6회말 수비에서 교체됐다. 추신수는 올 시즌을 앞두고 오른 다리를 드는 외다리타법, 일명 레그킥을 시도하고 있다. 땅볼을 줄이면서 장타력을 높이기 위한 결단이다. 앞선 4경기에서 7타수 1안타에 그쳤던 추신수는 2경기 연속 안타를 터트리며 새 타격폼에 점차 적응하는 모습이다. 시범경기 타율은 0.300(10타수 3안타)로 올랐다.에릭 테임즈(32·밀워키)도 시범경기 첫 홈런을 기록했다. 테임즈는 4일 솔트 리버 필드 앳 토킹 스틱에서 열린 콜로라도와 시범경기에 5번타자·1루수로 선발 출장해 2회초 좌완 카일 프리랜드에게 오른 당장을 넘기는 선제 솔로 홈런을 때려냈다. 6회초에는 2루타를 기록했다. 테임즈의 시범경기 타율은 0.143에서 0.300로 올랐다. 같은 팀 최지만(밀워키)은 6회말 수비 때 테임즈를 대신해 1루수로 나서 2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테임즈와 같은 포지션의 최지만은 5경기 연속 무안타에 그쳐 시범경기 타율이 0.267로 떨어졌다. 이형석 기자 2018.03.0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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